
고구마 하나로 찜, 장아찌, 튀김까지 만들 수 있다는 걸 이번에야 제대로 알았습니다.
에어프라이어에 구웠다가 퍽퍽해서 물을 벌컥벌컥 마셨던 기억이 있는 저로서는,
전기밥솥 하나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에어프라이어 말고 전기밥솥으로 찌는 이유
밤고구마를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드시는 분들 많으시죠.
저도 한동안 그렇게 먹었는데, 굽고 나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속이 뻑뻑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먹다가 목이 막혀 물을 찾게 되는 그 느낌,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전기밥솥으로 찔 때는 방식이 다릅니다.
물 150ml만 내솥 바닥에 깔고 고구마를 넣은 뒤 압력 취사 기능으로 약 34분을 돌리면 됩니다.
여기서 압력 취사란 밀폐된 솥 안에서 수증기 압력을 높여 100도 이상의 온도로 조리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증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재료 속으로 다시 스며들기 때문에 수분 손실이 적고 단맛도 더 진하게 살아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같은 밤고구마를 에어프라이어로 구웠을 때와 전기밥솥으로 쪘을 때 식감 차이가 생각보다 컸습니다.
전기밥솥 쪽이 겉은 단단하고 속은 촉촉한, 흔히 꿀고구마라고 부르는 그 질감에 훨씬 가깝게 나왔습니다.
고구마를 솥에 넣기 전에 양 끝 절단면과 거무스름하게 상처 난 부분을 과감하게 도려내야 쓴맛 없이 드실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고구마의 영양 측면에서도 찌는 조리법은 유리합니다.
고구마에는 식이섬유와 베타카로틴이 풍부한데,
베타카로틴이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항산화 색소로 지용성이기 때문에
기름 없이 수증기로만 조리해도 영양 손실이 비교적 적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국가표준식품성분표).
고구마 장아찌, 전분 제거가 핵심입니다
장아찌를 담그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순서를 하나 빠뜨리면 맛이 탁해진다는 것도 함께 알게 됐습니다.
고구마를 두툼하게 썬 뒤에 찬물에 담가 전분질을 빼내는 과정이 그 핵심입니다.
여기서 전분질이란 고구마 절단면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녹말 성분으로,
이걸 제거하지 않으면 간장물과 섞였을 때 점성이 생겨 장아찌 국물이 걸쭉해지고 아삭한 식감도 살아나지 않습니다.
7분 정도 찬물에 담갔다가 두세 번 헹궈 물기를 뺀 뒤에 간장물을 부어야 깔끔하게 완성됩니다.
간장물 조합에서 제가 주목한 부분은 진간장과 멸치액젓을 각각 100ml씩 섞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진간장만 쓰면 간은 되지만 감칠맛이 단조롭고,
멸치액젓을 더하면 아미노산 계열의 복합적인 풍미가 더해져 맛이 훨씬 깊어집니다.
물과 간장물을 팔팔 끓인 다음 불을 끈 뒤에 사과식초 한 컵과 맛술을 넣는 것도 포인트입니다.
식초는 끓이는 도중에 넣으면 신맛의 핵심 성분인 초산이 열에 의해 날아가기 때문에
불을 끄고 나서 넣어야 원하는 상큼함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고구마 장아찌에서 주의할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구마를 썬 뒤 찬물에 7분간 담가 전분질을 제거한다
- 물기를 완전히 뺀 뒤에 간장물을 붓는다
- 간장물은 끓인 뒤 불을 끄고 식초와 맛술을 넣는다
- 실온에서 하루 숙성 후 냉장 보관, 다음 날부터 섭취 가능
- 냉장에서 한 달 이상 보관 가능
맛이 진하거나 신게 느껴지는 분들은 식초와 액젓 양을 줄이면서 조절하시면 됩니다.
저도 처음 만들 때 레시피를 그대로 따랐다가 조금 강하다고 느껴
두 번째에는 식초를 반 컵으로 줄였더니 제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치자물과 얼음 반죽으로 만드는 바삭한 튀김
분식점에서 파는 고구마튀김이 왜 그렇게 노란 빛을 띠는지 늘 궁금했는데, 이번에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바로 치자물 때문입니다.
치자란 꼭두서니과 식물의 열매를 건조한 것으로, 예로부터 노란색 천연 착색제로 사용돼 왔습니다.
마트에서 구할 수 있고, 따뜻한 물에 5분 정도 우려내면 선명한 황색 물이 나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치자 색소는 식품에 사용 가능한 천연 첨가물로 등록되어 있어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튀김 반죽에서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가장 효과가 컸던 건 얼음을 넣는 것이었습니다.
얼음을 넣으면 반죽 온도가 낮게 유지되는데,
이렇게 하면 뜨거운 기름에 닿는 순간 온도 차가 커지면서 반죽 속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고,
그 자리에 미세한 기공이 생겨 튀김옷이 바삭하게 완성됩니다.
반죽이 미지근하면 기름 온도와 차이가 적어 수분이 천천히 빠지면서 눅눅한 튀김이 됩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걸 제 경험상 분명하게 느꼈습니다.
고구마에 튀김가루를 먼저 얇게 입히는 밑코팅 과정도 빠뜨리면 안 됩니다.
이 과정 없이 바로 반죽에 넣으면 기름 속에서 튀김옷이 분리되거나 들떠 파삭한 식감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지퍼백에 고구마와 튀김가루를 넣고 흔들어 얇게 입힌 다음 반죽에 담가야 옷이 딱 붙어서 바삭하게 나옵니다.
또한 튀기는 도중에 남은 찌꺼기를 건져내지 않으면
새로 넣는 고구마에 탄 조각이 달라붙어 쓴맛이 나기 때문에 이 부분도 신경 써야 합니다.
고구마 하나로 이렇게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특히 남는 고구마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라면 장아찌부터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담가 두기만 하면 한 달 내내 반찬으로 쓸 수 있으니 가성비 면에서도 나쁘지 않습니다.
전기밥솥 찜부터 시작해서 입맛에 따라 장아찌나 튀김으로 응용해 보시면,
평범한 고구마가 꽤 쓸모 있는 재료로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