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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부추가 조금 남았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저는 늘 부추전이나 겉절이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밀가루 대신 전분가루를 써서 부추 향을 훨씬 진하게 살리는 방법을 접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재료는 단출한데 결과물이 의외로 꽤 다른 레시피입니다.
전분반죽으로 달라지는 부추전의 식감
부추전을 만들 때 밀가루 반죽을 넉넉히 쓰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저는 집에서 여러 번 직접 해봤는데, 반죽이 두꺼워질수록 부추 특유의 향이 묻혀 버리는 경험을 반복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해보면, 밀가루 반죽이 부추를 감싸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글루텐(gluten) 막이 두껍게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글루텐이란 밀가루에 물을 더했을 때 만들어지는 단백질 망 구조로,
반죽에 탄성과 두께를 부여하지만 동시에 식재료 본연의 향이 날아가기 쉬운 환경을 만듭니다.
이 레시피는 그 비율을 과감히 뒤집습니다.
전분가루 10스푼, 거기에 전분 2스푼을 추가로 섞는 구성인데,
전분(starch)이란 곡물이나 뿌리채소에서 추출한 탄수화물 분자 구조체로,
열을 가하면 수분을 흡수하며 얇고 단단한 막을 형성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밀가루보다 전분 비율이 높을수록 조리 후 표면이 더 얇고 바삭하게 완성되는 겁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확실히 식감 차이가 납니다.
밀가루 위주로 만든 부추전과 비교하면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표면이 유리처럼 얇게 깨지는 느낌이 다릅니다.
부추 줄기가 그대로 씹히고, 향도 훨씬 직접적으로 올라옵니다. 다만 한 가지 꼭 알아두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전분 반죽은 뒤집는 타이밍을 놓치면 쉽게 부서질 수 있습니다.
팬에 눌어붙기 전에 섣불리 뒤집으려 하면 조각이 나버리는 경우가 있어서, 바닥이 충분히 굳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초보자라면 전분과 밀가루를 7:3 비율로 섞어서 시작하는 편이 실패 확률을 낮추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레시피에서 전분반죽으로 바삭함을 살리려면 다음 포인트를 꼭 확인하세요.
- 반죽 농도는 묽게 유지해 부추가 잠기지 않도록 한다
- 팬에 올린 후 중불을 유지하고, 처음 뒤집기 전에 바닥이 완전히 굳었는지 확인한다
- 기름은 팬 바닥을 얇게 덮을 정도면 충분하고 너무 많으면 눅눅해진다
바삭함을 완성하는 재료 구성의 역할
재료를 보면 부추 150g이 주재료이고, 청양고추 3개, 당근 4분의 1개, 마늘 2스푼, 멸치액젓 2스푼이 들어갑니다.
재료 하나하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이 레시피를 처음 봤을 때 멸치액젓이 들어간다는 점이 특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멸치액젓은 감칠맛, 즉 우마미(umami)를 끌어올리는 발효 조미료입니다.
우마미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에 이어 다섯 번째 기본 맛으로 분류되는 개념으로,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타민산이 혀의 수용체를 자극하면서 느껴지는 깊고 풍부한 맛입니다.
부추전처럼 재료가 단순한 음식일수록 이 우마미의 역할이 두드러지는데,
액젓 2스푼이 들어가면서 소금만 썼을 때와는 맛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청양고추와 당근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청양고추는 단순히 매운맛 추가가 아니라 캡사이신(capsaicin)을 통한 향 자극 효과가 있습니다.
캡사이신이란 고추의 매운 성분으로, 혀의 통각 수용체인 TRPV1 채널을 활성화시켜 열감을 유발하는 화합물입니다.
부추 특유의 황화알릴 향과 청양고추의 자극적인 향이 함께 팬 위에서 올라올 때, 이 레시피 영상에서 "향이 미쳤다"고
표현한 이유를 어느 정도 납득하게 됩니다.
당근은 색감 보정 역할도 하지만, 수분이 적어 반죽이 과도하게 질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국내 식품 연구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부추에는 황화알릴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혈액 순환과 면역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단순한 안주 재료가 아니라 기능성 식재료라는 점을 알고 나면 부추를 더 자주 꺼내게 되는 이유가 생깁니다.
멸치액젓이 만드는 풍미, 그리고 직접 해볼 때 주의할 점
비가 오는 날이나 간단한 안주가 필요한 저녁,
냉장고에서 부추 한 줌 꺼내서 바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이 레시피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전분만 쓰면 너무 얇아서 부서지지 않을까, 액젓 냄새가 너무 강하게 올라오지 않을까 걱정이 됐거든요.
실제로 해보니 물 반 컵 기준으로 반죽을 섞으면 농도가 꽤 묽습니다.
그래서 부추가 반죽에 덮이기보다는 반죽이 부추 사이사이를 얇게 이어주는 형태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팬에서 익히는 과정에서 수분이 빠르게 날아가면서 표면이 얇게 굳는데, 여기서 팬의 온도 관리가 관건입니다.
처음에 너무 세 불로 시작하면 바닥이 타면서 윗면은 익지 않은 상황이 생기고,
반대로 약불로만 하면 기름기가 배어 눅눅해질 수 있습니다.
중불에서 시작해 표면이 투명해지면 불을 살짝 올려 마무리하는 것이 저는 가장 안정적이었습니다.
액젓 향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처음엔 1스푼부터 시작해서 조절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다만 멸치액젓 없이 소금으로만 간을 하면 맛이 평평해지는 느낌이 있어서, 가급적 액젓을 써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식 발효 조미료의 감칠맛은 대체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국내 식품영양 연구에 따르면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미노산 성분이 맛의 복잡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부추전이 완성됐을 때 노릇하게 색이 나면서 부추 향이 올라오는 순간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으로 만족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밀가루 반죽 가득한 부추전과는 분명히 다른 결과물이 나옵니다.
부추전 하나를 더 맛있게 만들고 싶다면,
밀가루보다 전분 비율을 높이고 액젓으로 감칠맛을 더하는 이 구성을 한 번쯤 시도해볼 가치가 충분합니다.
재료가 단순할수록 비율과 불 조절이 결과를 결정합니다.
냉장고에 부추가 남아 있다면 오늘 저녁 직접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전분 반죽의 바삭함은 한 번 경험하면 다시 밀가루로 돌아가기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