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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뽑아온 상추가 냉장고에서 조용히 시들어간 적, 한 번쯤은 있으시지 않나요?
저도 마트에서 한 봉지 사면 삼겹살 한 번 구워 먹고 나머지는 결국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상추를 김치, 샐러드, 전으로 각각 다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접하고 나서, 이제는 상추가 모자라서 걱정할 지경이 됐습니다.
상추가 남아도는 계절, 왜 우리는 늘 쌈만 싸먹을까
여름철 텃밭을 가꾸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상추는 볕만 잘 들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자랍니다.
엽채류(葉菜類), 즉 잎을 식용하는 채소류의 특성상 수확 시기를 놓치면 웃자라거나 쓴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제때 거둬야 하는데,
문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겁니다.
여기서 엽채류란 상추, 깻잎, 시금치처럼 잎 부위를 주로 먹는 채소를 통칭하는 말로, 수분 함량이 높고 저장성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상추의 수분 함량은 약 95% 내외로,
수확 후 실온 보관 시 2~3일 이내에 시들기 시작한다고 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이 말은 곧, 한꺼번에 수확한 상추를 쌈으로만 소비하려다가는 절반 이상을 버리게 된다는 뜻입니다. 저도 예전엔 그랬습니다.
처음엔 신선한 상추에 고기 한 점 얹어 먹는 그 맛에 흐뭇했다가,
사흘째 되는 날 물러진 상추를 쓰레기통에 넣으면서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합니다.
양념에 절이거나 열을 가하거나, 혹은 드레싱에 버무리는 방식으로 상추를 빠르게 소비하는 레시피를 익혀두는 것입니다.
세 가지만 알아도 한 박스가 거뜬히 사라집니다.
상추김치부터 라이스페이퍼샐러드까지, 세 가지 레시피 핵심 분석
첫 번째는 상추김치입니다.
깻잎김치를 담글 때처럼 켜켜이 양념을 올려 숙성시키는 방식인데, 저는 처음 이 조합을 봤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상추가 김치가 된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만들어보니 예상 밖의 결과였습니다.
숨이 죽으면서 양념이 깊이 배어드는 과정이 깻잎김치와 상당히 유사했고, 식감은 오히려 더 부드러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탈수(脫水) 과정입니다.
탈수란 채소에 남아 있는 과잉 수분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이 단계를 건너뛰면 양념이 묽어지고 전체적인 풍미가 약해집니다.
샐러드 스피너를 이용해 물기를 충분히 털어낸 뒤 양념을 올려야 맛이 제대로 납니다.
양념에는 진간장, 매실액, 알룰로스, 참치액, 까나리 액젓, 고춧가루, 다진 마늘이 들어갑니다.
재료 수가 많아 보이지만 대부분 냉장고에 있는 것들이라 생각보다 번거롭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라이스페이퍼샐러드입니다.
이 레시피에서 가장 독특한 아이디어는 라이스페이퍼를 가위로 길쭉하게 잘라 생으로 넣는 부분입니다.
라이스페이퍼(rice paper)란 쌀가루를 얇게 펴서 건조한 반제품으로, 수분을 흡수하면 특유의 쫀득한 식감이 납니다.
드레싱 수분을 흡수하면서 양장피와 비슷한 질감을 내는데,
제가 직접 먹어보니 이 식감이 전체 샐러드의 완성도를 한 단계 올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동남아 레스토랑에서 접하는 느낌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드레싱은 베르가모나 레몬즙 기반에 스리라차 소스나 칠리 소스로 매콤함을 더하는 방식입니다.
세 번째는 상추전입니다.
부침가루 반죽에 상추, 깻잎, 애호박, 당근을 함께 넣어 지지는 방식인데, 세 가지 중 가장 예상 밖이었습니다.
익힌 상추가 어떤 맛일지 전혀 감이 없었거든요.
실제로 열을 가하면 상추 특유의 쓴맛이 거의 사라지고 은근한 단맛이 올라온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란 식재료가 고온에서 조리될 때 아미노산과 당류가 반응해 특유의 갈색빛과 풍미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하는데, 상추전을 노릇하게 부치는 과정에서 이 반응이 일어나 예상보다 훨씬 구수한 맛이 났습니다.
세 가지 레시피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상추김치: 켜켜이 양념을 올려 하룻밤 냉장 숙성. 두부와 함께 곁들이면 혈당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음
- 라이스페이퍼샐러드: 생라이스페이퍼를 잘라 넣어 쫀득한 식감 추가. 집에 남은 재료 소진에 효과적
- 상추전: 부침가루 반죽에 애호박, 당근 함께 넣어 지짐. 익히면 쓴맛이 빠지고 단맛이 올라옴
실제로 따라 해보니, 이 부분은 주의하세요
레시피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직접 해보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조미료 종류가 꽤 많다는 것입니다.
알룰로스는 설탕 대신 쓰는 대체 감미료로 혈당 영향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처음 구비하시는 분들은 진입 장벽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없으면 설탕이나 올리고당으로 대체해도 크게 무방합니다.
또 한 가지, 상추김치는 보관 기간에 대한 안내가 조금 더 있었으면 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상추는 수분 함량이 높아 저장성이 낮은 채소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지침에 따르면 절임 채소류는 담근 직후부터 냉장 보관해야 하며,
상추처럼 조직이 무른 엽채류의 경우 3~5일 이내 섭취를 권장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상추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담갔다면 빠르게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레시피 모두 상추를 빠르게 소비하면서도 식탁에 변화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제 경험상 라이스페이퍼샐러드는 손님 상에 내놓아도 반응이 좋았고, 상추전은 특히 비 오는 날 저녁에 만들어 먹었을 때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상추가 한 봉지 남았을 때 무심코 냉장고에 넣어두기 전에, 오늘 소개한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라도 시도해 보시길 권합니다.
상추김치가 부담스럽다면 라이스페이퍼샐러드부터 시작해 보세요.
재료도 간단하고, 만드는 시간도 15분이 넘지 않습니다.
여름 한 철 상추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 이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