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조림에 사태를 쓰면 양지보다 가격이 30~40% 저렴하면서도 식감은 오히려 더 꼬들꼬들하게 살아납니다.
저는 처음 이 방법을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장조림 하면 무조건 양지나 우둔살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따라 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사태 부위와 이중 세정법으로 잡내를 잡는 방법
장조림을 만들 때 가장 흔하게 겪는 문제가 고기 특유의 누린내입니다.
간장 양념을 잔뜩 넣어도 잡내가 남아 있으면 반찬으로 내놓기가 꺼려지죠.
제 경험상 이 문제는 고기를 손질하는 초반 단계에서 이미 결정이 납니다.
이 레시피에서 핵심은 혈수 제거와 블랜칭을 순서대로 진행하는 이중 세정 방식입니다.
여기서 혈수 제거란 고기 안에 남아 있는 핏물을 미리 빼내는 과정으로, 조리 중 국물이 탁해지거나
누린내가 나는 원인을 사전에 차단합니다.
설탕물 1.5L에 사태를 약 10분간 담가 두면 삼투압 원리로 핏물이 빠르게 빠져나옵니다.
삼투압이란 농도 차이에 의해 용매가 이동하는 현상으로,
설탕물의 낮은 농도가 고기 내부의 혈수를 밖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블랜칭은 끓는 물에 파 흰 부분과 청주를 넣고 고기를 한 번 데쳐내는 과정입니다.
블랜칭이란 식재료를 짧은 시간 끓는 물에 익혔다가 찬물에 헹구는 전처리 기법으로,
표면의 불순물과 잡내 성분을 한 번 더 제거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데친 뒤에는 물을 버리고 새 물에 양파, 대파, 통마늘, 청주를 넣어 사태를 다시 40분간 삶아 육수를 냅니다.
이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두 단계를 건너뛰면 완성된 장조림에서 잡내가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태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서 드러납니다.
사태는 근간막이라는 결합 조직이 풍부한 부위입니다.
근간막이란 근육 다발을 감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장시간 가열하면 젤라틴화되어 특유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만들어냅니다.
양지에 비해 지방이 적고 결이 단단해서 손으로 찢지 않고 썰어도 모양이 잘 유지되는 것이 이 부위의 장점입니다.
제가 직접 썰어 보니 단면이 깔끔하게 잘리면서도 씹을 때 적당한 저항감이 남아 있어, 오히려 양지보다 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고기 삶는 과정에서 생긴 육수는 버리지 말고 따로 걸러 두세요.
된장찌개나 국 끓일 때 사용하면 따로 육수를 낼 필요가 없어서 실용적입니다.
간장 염지 순서가 색과 맛을 결정하는 이유
저는 예전에 장조림을 만들 때 고기와 메추리알을 넣고 간장 육수를 한꺼번에 부어 끓였습니다.
완성은 됐지만 색이 연하고 간이 겉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처음 접한 간장 선투입 방식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간장 염지란 육수를 넣기 전에 간장을 먼저 고기와 메추리알에 직접 접촉시켜 간과 색을 미리 입히는 방식입니다.
냄비에 썬 고기와 메추리알을 넣고 양조 간장 1컵을 먼저 부어 섞은 뒤 불을 켜서 자글자글 끓이기 시작합니다.
이 상태에서 육수를 3컵 추가해 10분간 중불로 졸이는 방식입니다.
간장이 먼저 재료 표면에 닿으면 마이야르 반응과 유사하게 색이 빠르게 배어들고,
이후 육수가 들어와도 간이 희석되지 않고 안쪽까지 스며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완성된 메추리알을 보면 껍데기가 하얗지 않고 진한 간장 색이 고르게 배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 간장 염도에 따라 짠맛 편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양조 간장은 일반 진간장에 비해 염도가 낮고 단맛이 있는 편이지만, 브랜드마다 나트륨 함량이 다릅니다.
국립농업과학원의 발효식품 성분 분석에 따르면 양조 간장의 나트륨 함량은 제품에 따라
100mL 기준 5,000mg에서 8,000mg까지 차이를 보입니다(출처: 국립농업과학원).
처음 만드는 경우라면 간장을 한 번에 다 넣지 말고 3분의 2 정도 넣어 맛을 본 뒤 조절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단맛은 알룰로스를 1작은술 사용했는데,
알룰로스란 설탕과 단맛이 비슷하지만 칼로리가 거의 없는 희소당의 일종으로,
설탕 대비 혈당 영향이 낮아 건강한 조리에 활용됩니다.
없으면 설탕으로 대체해도 됩니다.
식초 1작은술은 느끼함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고, 참기름 1큰술은 마무리 향을 살려 줍니다.
꽈리고추는 가장 마지막에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꽈리고추를 오래 가열하면 색이 갈변하고 물컹한 식감이 됩니다.
간장 육수가 자작하게 졸아드는 시점에 꽈리고추를 넣고 불을 바로 끄면 아삭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한국식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은 100도 이상 장시간 가열 시 분해되어 매운맛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식감과 풍미를 살리기 위해 짧은 가열이 권장됩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이 레시피의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설탕물에 10분간 담가 혈수를 빼고, 끓는 물에 한 번 블랜칭한 뒤 새 물로 40분 삶는다
- 간장을 고기와 메추리알에 먼저 입힌 뒤 육수를 나중에 넣어 색과 간이 깊게 배도록 한다
- 꽈리고추는 마지막에 넣고 불을 끄는 방식으로 아삭한 식감을 유지한다
- 남은 육수는 된장찌개 등 다른 요리에 활용한다
사태로 만든 장조림을 처음 먹어 보고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렇게 꼬들한 식감이 날 줄 몰랐거든요.
밥반찬으로 냉장 보관하면서 며칠간 두고 먹을 수 있어서
주말에 한 번 넉넉히 만들어 두면 한 주 반찬 걱정이 줄어듭니다.
처음 장조림에 도전하는 분이라면 이 순서대로 한 단계씩 따라가 보시길 권합니다.
양지나 우둔살이 없어도 사태 1kg면 충분히 맛있는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