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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


    베이킹이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 혹시 버터와 밀가루만으로 빵과 과자 사이의 그 식감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저도 처음엔 믿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오히려 재료가 너무 단순해서 당황했을 정도입니다.

    생각보다 짧은 재료 준비

    슈 반죽(Choux Pastry)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들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슈 반죽이란, 버터와 물 또는 우유를 끓인 뒤 밀가루를 익혀 넣고 계란으로 농도를 조절하는 프랑스 전통 반죽법을 말합니다.
    슈크림이나 에클레어의 겉 반죽이 바로 이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들어가는 재료는 우유 70g, 설탕 12g, 소금 1g, 무염 버터 40g, 박력분 45g, 계란 1개가 전부입니다.

    제가 직접 재료를 챙겨보니, 냉장고와 찬장 안에 이미 다 있었습니다.
    장을 따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게 이 레시피의 첫 번째 장점이었습니다.

    박력분(cake flour)은 단백질 함량이 낮아 글루텐 형성을 최소화하는 밀가루입니다.
    여기서 글루텐이란, 밀가루에 물이 닿으면 생성되는 단백질 결합 구조로, 함량이 높을수록 반죽이 쫄깃하고 단단해집니다.
    슈 반죽에는 박력분을 써야 최종 결과물이 부드럽고 가볍게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준비 단계에서 챙겨야 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버터는 반드시 무염 버터를 사용한다. 유염 버터를 쓰면 간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 계란은 미리 실온에 꺼내 두어야 반죽과 잘 섞입니다.
    • 밀가루는 박력분만 사용한다. 중력분이나 강력분은 식감이 전혀 달라집니다.

    반죽 핵심, 여기서 성패가 갈린다

    팬에 우유, 설탕, 소금을 넣고 가볍게 섞은 뒤 버터를 넣어 중약불로 녹입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바로 불을 끄고, 박력분을 한꺼번에 부어서 빠르게 섞습니다.
    이 과정을 호화(Gelatinization)라고 합니다. 호화란, 전분 입자가 열과 수분을 흡수해 팽윤하고 점성을 갖게 되는 현상으로,
    이 단계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슈 반죽 특유의 쫄깃하고 가벼운 텍스처가 만들어집니다.

    흰 가루가 완전히 사라지고 반죽이 노르스름하게 한 덩어리로 뭉쳐지면 유리볼에 옮깁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처음에 서두르는 실수를 했는데, 반죽이 충분히 식지 않은 상태에서 계란을 넣으면 계란이 그대로 익어버립니다.
    반드시 반죽을 넓게 펼쳐서 온도를 내린 다음 계란을 추가해야 합니다.

    계란은 절대 한 번에 넣지 않습니다.
    먼저 절반만 넣고 반죽에 완전히 스며들도록 섞은 뒤, 나머지를 넣어 다시 섞습니다.
    반죽의 최종 농도는 주걱으로 들어올렸을 때 천천히 뚝 끊어지는 리본 상태(Ribbon Consistency)가 이상적입니다.
    리본 상태란 반죽이 주걱에서 떨어질 때 역삼각형 모양을 만들며 굵게 흘러내리는 것을 말하며,
    이보다 묽으면 오븐에서 퍼지고, 이보다 뻑뻑하면 잘 부풀지 않습니다.

    농도가 맞았다면 짤주머니에 넣고 원하는 크기로 짜줍니다.
    뿔이 생기면 물 묻힌 손끝으로 살짝 눌러 정리해두면 구운 뒤 모양이 훨씬 깔끔하게 나옵니다.

    실전 굽기, 온도 관리가 전부다

    오븐은 180℃로 예열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조리기기 사용 가이드라인에서도 오븐 사용 시
    충분한 예열이 조리 품질과 직결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예열 없이 반죽을 넣으면 처음 온도가 낮아 표면이 굳기 전에 열이 올라오지 못하고, 결국 속이 제대로 익지 않거나 모양이 무너집니다.

    굽는 시간은 180℃에서 10분, 그다음 160℃로 낮춰 10분을 더 굽습니다.
    2단계 굽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eaction) 때문입니다.
    메일라드 반응이란, 고온에서 아미노산과 당이 결합해 갈변과 함께 특유의 구수한 풍미를 만드는 화학 반응으로,
    처음 고온 구간에서 이 반응을 충분히 일으킨 뒤 온도를 낮춰 내부를 천천히 익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굽는 도중에는 오븐 문을 절대 열어서는 안 됩니다.
    갑작스러운 온도 하강은 반죽 안에서 팽창하던 수증기를 빠르게 식혀 결과물이 꺼지게 만듭니다.
    제가 직접 구워봤는데, 10분쯤 지났을 때 괜찮을까 싶어 문을 살짝 열었다가 반 이상이 납작하게 꺼진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오븐 불을 켜서 내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만 진행합니다.

    베이킹 과학 측면에서, 슈 반죽이 오븐에서 부풀어 오르는 원리는 반죽 안에 갇힌 수분이 열에 의해 수증기로 팽창하기 때문입니다.
    별도의 이스트나 베이킹파우더 없이도 이 수증기 팽창만으로 부피가 커진다는 점이 슈 반죽의 가장 독창적인 특성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식품 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계란의 수분 함량은 약 75% 수준으로 반죽 팽창에 직접적인 기여를 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완성된 슈는 그냥 먹으면 단맛이 강하지 않아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누텔라에 찍어 먹으면 초콜릿 향과 헤이즐넛의 고소함이 더해져 완전히 다른 간식이 됩니다.
    제 경험상 과일잼이나 크림치즈와도 잘 어울리고, 당 섭취가 신경 쓰인다면 무가당 요거트를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재료 네 가지로 빵과 과자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식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지금도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반죽 온도 조절과 계란 투입 타이밍, 오븐 문만 열지 않으면 초보자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레시피입니다.
    처음 도전한다면 반죽의 리본 상태를 사진으로 검색해 머릿속에 미리 그려두고 시작하면 훨씬 수월합니다.
    한 번 성공하면 다음번엔 속에 크림을 채우거나 위에 슈가 파우더를 뿌리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합니다.


    참고: https://youtu.be/ekwgvGHIRNM?si=J2uHzMvR3qvtN-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