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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아상은 전문 베이커리에서나 만드는 빵이라고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레시피를 들여다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원리를 이해하면 집에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저온 숙성과 버터 접기, 이 두 과정만 제대로 잡으면 베이커리 못지않은 결이 살아있는 크루아상이 나옵니다.
왜 크루아상은 만들기 어렵다는 인식이 생겼을까 — 저온 숙성의 역할
주말에 시간이 남아 뭔가 제대로 된 빵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식빵이나 모닝빵은 몇 번 만들어봤는데, 크루아상만큼은 왠지 손을 못 대고 있었습니다.
'집에 오븐이 있어도 저건 좀 다른 세계 얘기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레시피를 처음부터 따라가다 보니, 어려운 게 아니라 '기다림이 많은' 레시피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핵심은 저온 숙성(cold fermentation)에 있습니다.
여기서 저온 숙성이란 반죽을 냉장고에서 12~15시간 천천히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효모가 느리게 활동하면서 반죽 안에 복잡한 풍미가 쌓이는 과정입니다.
빨리 만들면 밍밍한 빵이 되고, 하루를 기다리면 버터 향이 진하게 배어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반죽 온도를 낮추기 위해 차가운 물을 사용하고,
발효가 끝난 반죽을 냉장고에 넣어 하룻밤을 보내는 과정은 단순히 편의를 위한 선택이 아닙니다.
글루텐(gluten) 구조를 안정시키는 역할도 합니다.
글루텐이란 밀가루 단백질이 물과 결합해 만들어지는 그물 구조로, 빵의 탄력과 형태를 잡아주는 뼈대입니다.
저온에서 천천히 발효하면 이 구조가 지나치게 발달하지 않아 나중에 버터를 접어 넣을 때 반죽이 버티지 않고 잘 늘어납니다.
제가 처음 이 원리를 이해했을 때, '아, 그래서 급하게 만들면 결이 안 사는 거구나'라는 게 바로 납득이 됐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크루아상 결의 비밀 — 버터층을 만드는 접기의 원리
크루아상을 갈랐을 때 보이는 그 층층이 쌓인 결. 그게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늘 궁금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그 비밀은 라미나주(laminage),
즉 반죽 사이에 버터를 끼워 넣고 여러 번 접어 수십 개의 얇은 층을 만드는 기법에 있었습니다.
라미나주란 반죽과 버터를 교대로 겹쳐 층을 만드는 제빵 기술로,
크루아상의 바삭한 겉면과 촉촉하게 벌어지는 속결은 모두 이 과정에서 탄생합니다.
무염 버터 200g을 17.7 x 18.8cm 크기로 납작하게 펴서 반죽 위에 올리고, 반죽으로 버터를 감싼 뒤 밀대로 늘립니다.
이걸 3단 접기, 4단 접기 방식으로 반복하는데, 접기가 끝날 때마다 냉장고에서 30분씩 쉬게 해야 합니다.
버터 온도가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반죽 속으로 녹아들어 층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밀대를 너무 세게 누르면 버터가 삐져나오고, 너무 약하게 누르면 층이 균일하지 않아서요.
반죽 양옆의 접힌 부분을 칼로 잘라주는 팁도 그냥 넘기면 안 됩니다.
이렇게 잘라야 밀 때 접힌 부분이 버텨서 변형이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버터층을 살리는 핵심 포인트
버터 접기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버터는 차갑지만 부드러워야 하며, 딱딱하면 반죽을 찢기 때문에 실온에서 잠깐 두고 사용합니다.
- 반죽을 늘릴 때는 한 방향으로 밀어야 층이 고르게 형성됩니다.
- 접기 후 냉장 휴지 30분은 생략하지 않습니다. 버터 온도 관리가 층의 완성도를 결정합니다.
- 마지막으로 약 40 x 30cm로 펴준 뒤, 가장자리를 얇게 잘라내야 버터 층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제빵 전문가들도 크루아상의 층 형성에 대해 버터 온도 관리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습니다.
출처: Bread Bakers Guild of America(BBGA)에 따르면,
버터와 반죽의 경도(hardness)가 유사할 때 층이 가장 균일하게 형성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론으로만 읽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버터가 살짝 딱딱한 상태로 접어보니 반죽이 끊어지는 느낌이 나서 그 말이 맞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접기까지 마쳤다면 — 성형, 발효, 굽기
접기가 끝나고 반죽을 40 x 30cm로 펼쳤을 때의 느낌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버터 층이 반죽 안에서 옅게 비쳐 보이는 그 순간, '이게 진짜 크루아상이 되는구나' 싶은 감각이 왔거든요.
위아래 9cm 간격으로 표시하고 사선으로 잘라 밑면 9cm, 높이 27cm 삼각형을 만든 뒤,
밑면 가운데에 1cm 칼집을 넣고 돌돌 말아줍니다.
성형 후에는 2차 발효(proofing)가 필요합니다.
2차 발효란 성형 완료된 반죽을 다시 한번 부풀려 최종 부피와 식감을 완성하는 단계입니다.
전원이 꺼진 오븐 안에 넣어 따뜻하고 습한 환경을 만들어 발효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구웠을 때 층이 활짝 벌어집니다.
굽기 전 계란물(계란 10g, 노른자 10g, 우유 10g)을 살살 두 번 발라주면 구움색이 훨씬 선명하게 나옵니다.
190℃에서 20분, 컨벡션 모드로 구우면 됩니다.
컨벡션 모드란 오븐 내부의 팬이 열풍을 순환시켜 열이 고르게 전달되도록 하는 기능으로,
일반 모드보다 겉이 더 바삭하고 고른 구움색이 납니다.
출처: 식품안전나라에서도 제과제빵 시 균일한 열 전달이 완성도에 직결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오븐이 없는 분들을 위한 팁도 있습니다.
예열하지 않은 팬에 올려 약불로 시작하고, 종이호일 위에 무거운 것을 올려 눌러주면서 2분 30초 굽고 뒤집으면 됩니다.
살짝 탈 수도 있으니 눈을 떼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한 번 눈치 싸움에서 지고 살짝 태운 적이 있는데, 그래도 맛은 정말 좋았습니다.
완성 후 충분히 식혀서 반으로 갈랐을 때 결이 층층이 드러나는 그 순간이,
하루 내내 공들인 보람을 한 번에 돌려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크루아상 만들 때 꼭 강력분이랑 중력분을 섞어야 하나요?
A. 강력분(300g)과 중력분(100g)을 섞는 이유는 글루텐 함량을 조절하기 위해서입니다.
강력분만 쓰면 글루텐이 너무 많이 형성되어 반죽이 딱딱해지고 접기 과정에서 버티려 하거든요.
중력분을 섞으면 반죽이 더 유연해져 버터층을 만들기 수월해집니다.
강력분만 있다면 반죽을 더 충분히 쉬게 해주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Q. 버터 접다가 버터가 새어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버터가 새어 나온다면 온도가 올라갔다는 신호입니다.
작업을 멈추고 반죽을 랩으로 잘 감싸서 냉장고에 15~20분 넣어두면 됩니다.
제 경험상 여름철에는 이 상황이 자주 생기는데, 조급하게 계속 밀면 층이 완전히 무너지니 차라리 쉬게 하는 게 낫습니다.
처음부터 작업 공간을 서늘하게 유지하는 것도 좋습니다.
Q. 발효를 얼마나 해야 2차 발효가 된 건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A. 2차 발효(proofing)가 완료된 기준은 반죽이 약 1.5~2배 정도 부풀고, 살짝 흔들었을 때 젤리처럼 출렁이는 느낌이 날 때입니다. 시간으로는 실온 환경에 따라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립니다.
발효가 덜 된 상태에서 구우면 층이 잘 벌어지지 않고 빵이 무거워질 수 있으니,
시간보다는 반죽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Q. 오븐 없이 팬으로 만들면 맛이 많이 다른가요?
A. 팬으로 구우면 오븐 크루아상보다 층이 덜 살고 바삭함이 약간 떨어지지만, 버터 풍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약불에서 천천히 눌러가며 굽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오븐 구매를 고민 중이라면 팬으로 먼저 소량 시도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결론
크루아상 홈베이킹은 분명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저온 숙성으로 하루를 보내고, 버터 접기를 반복하며 온도에 신경 써야 하고, 성형과 2차 발효까지 챙겨야 합니다.
처음 한 번은 무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그럼에도 완성된 크루아상을 반으로 갈랐을 때 층층이 드러나는 결을 직접 보는 순간,
그 뿌듯함은 사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버터 풍미와 바삭한 겉면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시간을 잡고 꼭 한 번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커피 한 잔 옆에 두고 갓 구운 크루아상을 먹는 그 아침은, 충분히 하루를 공들일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