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프렌치 토스트
    프렌치 토스트


    프렌치 토스트의 정식 명칭은 프랑스어로 '팽 페르뒤(pain perdu)', 직역하면 '못 쓰는 빵'입니다.
    처음 이 뜻을 알았을 때 솔직히 좀 의외였습니다.
    버리기 아까운 오래된 빵을 맛있게 살려내는 요리가 이렇게 세련된 브런치 메뉴로 자리잡았다는 게 재미있었거든요.
    바닐라 추출물 하나 더했을 뿐인데 집에서 카페 맛이 난다는 게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실감이 됐습니다.

    바닐라 추출물, 넣어야 할 이유가 있었습니다

    평소 저는 계란과 우유만으로 계란물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기본이라고 생각했고, 딱히 부족하다는 느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써봤는데, 바닐라 추출물을 한 번 넣고 나서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바닐라 추출물(vanilla extract)이란 바닐라 빈을 알코올에 장기간 침출시켜 만든 액체 향료입니다.
    쉽게 말해 바닐라 특유의 달콤하고 은은한 향 성분을 고농도로 추출한 것입니다.
    이걸 계란물에 몇 방울만 넣어도 구울 때부터 향이 퍼지는 게 느껴지고, 완성된 토스트에서 카페에서 맡던 그 향이 납니다.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프렌치 토스트는 직화로 굽는 방식이기 때문에 바닐라 오일이나 바닐라 설탕으로 대체해도 됩니다.
    바닐라 오일(vanilla oil)이란 바닐라 향 성분을 식물성 오일에 용해한 것으로, 열에 강해 굽거나 볶는 요리에 적합합니다.
    바닐라 추출물이 집에 없다면 바닐라 설탕으로 대체하거나, 없으면 생략해도 기본 맛은 나오지만 풍미 차이는 분명히 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없어도 된다고 하기엔 향의 차이가 꽤 큽니다.

    오래된 식빵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오래된 빵을 쓰는 게 그냥 절약 아이디어인 줄 알았습니다.
    남은 식빵 처리하는 방법 정도로만 여겼는데, 알고 보니 식감과 직결된 문제였습니다.

    빵의 수분 함량(moisture content)이 낮을수록 계란물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수분 함량이란 식품 내에 포함된 물의 비율로, 빵이 오래될수록 수분이 날아가 조직이 더 열려 있어 계란물을 잘 빨아들입니다.
    이 상태에서 팬에 올리면 겉은 노릇하게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 일어나고 속은 촉촉하게 유지되는 이상적인 식감이 만들어집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열이 가해질 때 아미노산과 당이 반응해 갈변하면서 구수한 향과 맛을 내는 현상으로,
    빵이나 고기를 구울 때 갈색 껍질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레시피에서 오래된 식빵을 권장하는 건 단순한 절약 팁이 아닙니다.
    완성도 자체에 영향을 주는 선택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갓 산 식빵과 이틀 지난 식빵으로 각각 만들어보니 후자가 더 속이 촉촉하고 계란 향이 깊게 배어 있었습니다.

    계란물 만들기와 굽기, 이 두 단계가 핵심입니다

    계란물은 계란 2개, 우유 200ml, 설탕 15g, 바닐라 추출물을 섞어 만듭니다.
    섞을 때는 노른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풀어야 합니다.
    제가 처음에 접시에 섞었다가 꽤 힘들었는데, 깊은 그릇을 쓰는 게 훨씬 낫습니다.
    넓고 얕은 그릇은 섞기도 어렵고 식빵을 담글 때 흘러넘치기 쉽습니다.

    빵을 계란물에 앞뒤로 담그는 시간은 3분에서 5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너무 짧으면 속까지 배지 않고, 너무 길면 형태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굽는 단계에서는 중약불 유지가 중요합니다.
    강불로 서두르면 겉만 타고 속이 덜 익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 때 체크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계란물은 반드시 깊은 그릇에서 노른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섞을 것
    • 식빵은 이틀 이상 된 것을 사용해 계란물 흡수율을 높일 것
    • 중약불에서 앞뒤로 각 3분씩 천천히 구울 것
    • 완성 후 버터와 설탕을 올리고 기호에 따라 메이플 시럽을 더할 것

    팬에 버터를 먼저 녹인 뒤 빵을 올려야 고루 코팅됩니다.
    버터가 갈색으로 변하기 전에 빵을 올리는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버터가 타면 쓴맛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을 직접 겪어보니 불 조절 하나가 결과물을 완전히 바꾼다는 게 실감 났습니다.

    당 함량과 영양 균형, 알고 먹으면 다릅니다

    설탕, 버터, 메이플 시럽을 모두 사용하면 맛은 확실히 올라가지만 당류 섭취량도 함께 올라갑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유리당(free sugars) 섭취량을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
    건강 효과를 위해서는 5% 이내로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유리당이란 식품에 첨가된 당류와 과일즙, 시럽 등에 들어 있는 당류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식품 자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당과는 구분됩니다.

    메이플 시럽 한 큰술(15ml)에는 약 12~13g의 당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출처: 미국 농무부 식품 영양 데이터베이스(USDA FoodData Central)).
    여기에 설탕 15g, 버터까지 더하면 한 접시에서 상당한 당류와 포화지방을 동시에 섭취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레시피를 아침 식사보다는 주말 브런치나 간식 메뉴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아침마다 먹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주말에 한 번 제대로 만들어 먹는 홈카페 메뉴로는 이만한 게 없습니다.
    당 섭취가 걱정된다면 메이플 시럽 양을 줄이거나 설탕을 생략하고, 토핑으로 신선한 과일을 올리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식빵이 있고 주말 아침이 무료하다면, 바닐라 추출물 하나만 사 오면 됩니다.
    계란과 우유는 어디든 있으니까요.
    처음엔 반신반의하면서 만들었는데, 그때 느낀 건 생각보다 훨씬 카페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손이 많이 가는 레시피도 아닌데 결과물 만족도가 높아서, 이후로는 식빵이 남으면 자연스럽게 프렌치 토스트부터 떠올리게 됐습니다.
    오래된 식빵을 맛있게 살리는 이 방법, 한 번만 해보면 습관이 됩니다.


    참고: https://youtu.be/3enx3GoMffU?si=sf0NUQnLCOCItp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