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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네 가지, 조리 시간 40분. 시중 과자보다 담백하고 고소한 고구마칩을 집에서 만들 수 있다는 걸, 저는 꽤 늦게 알았습니다.
고구마를 찌거나 구워 그냥 먹기만 했던 제가 반죽 형태로 빚어 오븐에 구워보고 나서야 이 레시피의 가능성을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재료 준비: 반죽의 완성도가 식감을 결정합니다
고구마칩의 핵심은 반죽 단계에 있습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이 순서 하나가 생각보다 결과물에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고구마 약 300g을 껍질 벗겨 토막낸 뒤 충분히 찌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충분히'라는 표현인데, 속까지 완전히 익어야 곱게 으깨지기 때문입니다.
조금이라도 단단한 부분이 남으면 반죽이 울퉁불퉁해져 두께가 고르게 나오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제일 많이 실수하는 구간이었습니다.
으깬 고구마에 무염 버터 20g을 넣고 녹여 섞은 뒤, 설탕 10g과 옥수수 전분 20g을 추가합니다.
여기서 옥수수 전분(corn starch)이란 옥수수에서 추출한 순수 전분으로,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이 없어 반죽에 바삭한 질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전분이 열을 받으면서 수분을 날려 칩처럼 단단해지는 원리입니다.
제가 밀가루로 대체해 봤을 때는 이 바삭함이 전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설탕 양은 고구마 당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 경우엔 밤고구마를 써서 자체 당도가 높다 보니 설탕을 5g 정도로 줄였는데 충분히 단맛이 났습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고구마의 당도는 품종과 숙성 정도에 따라 최대 30%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출처: 농촌진흥청), 설탕은 반드시 맛을 보면서 조절하는 편이 낫습니다.
반죽이 잘 뭉쳐지면 완성입니다.
손으로 눌렀을 때 갈라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면 적당한 수분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 고구마는 속까지 완전히 쪄야 으깰 때 덩어리가 남지 않습니다
- 옥수수 전분은 글루텐 없이 바삭한 식감을 만드는 핵심 재료입니다
- 무염 버터를 쓰는 이유는 간 조절을 직접 하기 위함입니다. 유염 버터를 쓰면 짠맛이 과해질 수 있습니다
- 설탕은 고구마 품종과 숙성도에 따라 5~15g 사이에서 조절합니다
오븐 굽기와 식감 팁: 저온에서 천천히가 핵심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이 레시피를 봤을 때 140℃에서 40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거든요.
보통 쿠키는 180℃ 전후로 굽는데, 왜 이렇게 낮은 온도인지 의아했습니다.
직접 해보니 이유를 알겠더군요. 저온 장시간 건조 방식, 쉽게 말해 오븐을 '굽는 도구'가 아니라 '수분을 날리는 도구'로 쓰는 것입니다.
고온에서 구우면 겉만 빠르게 익고 안쪽에 수분이 남아 눅눅해집니다.
반면 140℃로 40분을 구우면 반죽 전체에서 수분이 균일하게 빠져나가면서 바삭한 식감이 만들어집니다.
한국식품연구원이 제시하는 식품 건조 원리에서도 저온·장시간 건조가 조직감 유지에 유리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반죽을 메추리알 크기, 약 12g씩 떼어 동그랗게 빚은 뒤 종이 호일 위에 올리고 밑면이 평평한 컵으로 눌러 펴줍니다.
여기서 타공 매트(perforated baking mat)를 사용하면 더 좋은데, 타공 매트란 구멍이 뚫린 실리콘 베이킹 매트로 바닥 면까지 열기와 공기가 통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없다면 종이 호일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제가 두 가지 다 써봤는데 식감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두께의 균일함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두께가 조금만 달라져도 얇은 부분은 타고 두꺼운 부분은 덜 익습니다.
컵으로 누를 때 손바닥에 살짝 힘을 균등하게 주면서 눌러야 고른 두께가 나옵니다.
오븐마다 화력이 다르므로 35분쯤 지났을 때 색을 한 번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는 충분히 식히는 것입니다.
지연 결정화(retrogradation)라는 현상인데, 이는 전분이 식으면서 구조가 굳어 바삭한 질감이 더욱 강해지는 과정을 말합니다.
오븐에서 꺼낸 직후에는 살짝 말랑하게 느껴지지만, 완전히 식히고 나면 훨씬 단단하고 바삭해집니다.
제가 참지 못하고 바로 먹었을 때는 "아, 이게 맞나?" 싶었는데 10분 후 다시 먹어보니 완전히 다른 식감이었습니다.
계피 가루를 살짝 뿌리거나 파르메산 치즈를 위에 얹어 구우면 풍미 변주도 가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에어프라이어로도 만들 수 있나요?
A. 제가 시도해봤는데 온도를 120~130℃로 낮추고 20~25분 정도 돌리면 비슷하게 만들어집니다.
다만 에어프라이어는 기종마다 화력 차이가 커서 중간에 한 번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오븐보다 조금 더 빠르게 건조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Q. 옥수수 전분 대신 다른 재료로 대체할 수 있나요?
A. 제 경험상 밀가루로 대체하면 바삭함이 거의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감자 전분은 옥수수 전분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 구하기 어렵다면 감자 전분도 대안이 됩니다.
다만 옥수수 전분이 가장 구하기 쉽고 식감도 가장 안정적이었습니다.
Q. 얼마나 보관할 수 있나요?
A. 완전히 식힌 뒤 밀폐 용기에 넣으면 실온에서 2~3일은 바삭함이 유지됩니다.
습도가 높은 날에는 하루 이틀 지나면 눅눅해질 수 있어서, 오래 보관할 생각이라면 제습제를 함께 넣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저는 한 번에 없어져서 보관을 고민할 틈이 없었습니다.
Q. 고구마 품종이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나요?
A. 영향이 있습니다.
밤고구마는 수분이 적고 당도가 높아 반죽이 잘 뭉쳐지고 단맛도 강합니다.
호박고구마는 수분이 많아 으깬 뒤 전분 양을 조금 늘려야 반죽이 잘 잡힙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밤고구마로 만든 것이 칩으로는 더 적합하다고 느꼈습니다.
결론
이 레시피를 만들어보고 나서 솔직히 "왜 이제야 알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재료가 단순하고 과정도 복잡하지 않은데, 결과물은 시중 과자보다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버터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고구마 본연의 단맛, 충분히 식혔을 때 살아나는 바삭한 식감은 제가 기대했던 수준을 넘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처음 만들 때는 두께 균일성과 충분한 건조 시간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두 가지만 잡으면 나머지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계피나 파르메산 치즈 같은 풍미 변주도 기본 레시피에 익숙해진 뒤 한 번 시도해볼 만합니다.
고구마가 제철인 시기에 한 박스 사다가 넉넉히 만들어두면 커피나 차 옆에 두기 딱 좋은 간식이 됩니다.